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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2.0 - 새로운 공간과 시간의 가능성],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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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판화 2008.1.27
지난 일요일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 현대 판화 1958 - 2008>에 다녀왔다. 미술관에 도착하여 차를 세워놓는데까지 한시간 정도 걸렸다. 하지만 오랜만에 하는 나들이라 그리 답답하지 않았다.

서울랜드 뒤쪽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길가의 산에는 소복하게 하얀 눈이 쌓여 겨울 정취를 자아낸다. 시내에서는 매서운 바람과 앙상한 가로수 가지만 있을 뿐이다. 이렇게 쌓인 눈과 차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한결 가뿐하다.

미술관에는 현대 판화전을 보기 위해 간 것은 아니다. 몇 달 전부터 아내가 컴퓨터 가젯 메모장에 "과천가고싶다"고 적어놔 가야지 가야지 하면
바탕화면 - 과천가고싶다
서 이런 저런 일들과 게으름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토요일부터 과천에 가자고 다짐하고, 일요일에 교회를 다녀온 아내가 자리잡고 앉기 전에 서둘러 나온 것이 두시가 막 넘어서이다. 미술관에는 세시반이 넘어서 들어섰다.

<한국 현대 판화 1958 - 2008>은 한국 판화 도입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전시회이다. 133명의 작가들의 400여점의 작품이 한국판화협회가 결성된 1950년대의 여명에서부터 형성과 전개, 확산, 다변화 등 10년 단위로 끊어 전체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작품들을 보면서 판화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얼마나 낮은 지, 반대로 판화의 세계가 얼마나 깊은지를 알게 됐다. 판화는 프린트(print, 찍는다)의 일본 번역어이다. 그런데 '판화'라는 이 번역어는 어떤 것, 즉 판화 작가의 예술적 창작물을 '종이에 찍어낸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면서 다양한 현대 '판화'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된다.

또 미술사에서 판화에 대해 낮게 평가하는 관행- 판화를 다루지 않거나 주변부에서 슬쩍 건드리고 지나가는 태도 -은 이런 내 생각을 고칠 틈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한번에 이런 생각을 날려버렸다.

미술사에서 판화를 낮게 취급한 것은 복수성에 있다.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어 대량복제가 가능하여 원본의 유일무이성을 기대할 수 없는 예술 형식이다. 이런 원본에 대한 아우라의 결여가 판화에 대한 낮은 평가를 낳았다. 이런 태도들의 뿌리를 캐면 그리스 철학, 플라톤의 이데아론까지로 소급된다. 적어도 서양철학에서 플라톤이 아름다움(美)에 대한 학적(學的) 정의를 '유일무이'한 아름다움 자체를 대표하는 이데아로를 상정하면서부터 일 것이다.

전시회에서 낯 익은 작가들은 오윤, 홍성담, 홍선웅, 류연복 등의 민중미술계열의 작가들이다. 선이 굵고 거친 칼맛과 그때의 시대정신이 올곧게 살아있다.  그런데 그 시대에도 김태현, 구자현, 김익모 등의 추상계열의 작가들도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시대정신은 그때를 사는 사람들을 '압도'하여 모두를 끌고 가는듯 보인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보면 그 안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 법이다.

그런데 요즘의 화두는 융합(convergence)인 듯하다. <한국 현대 판화 1958 - 2008>의 2부 전시인 '한국 현대판화의 신세대 흐름'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시대에 민감한 작가들은 사진 전사, 레이저 커팅 등의 다양한 기법으로 판화를 '찍는다'. 거푸집에서 똑같은 모양의 포크를 찍어낸 다음 설치한 작품도 판화가 되고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프린트도 판화가 된다. 여기서 판화에 대한 의미를 다시 정의하고, 우리에게 다시 생각하도록 한다. 다양한 '찍는(printing)' 기술이 축적되고 다른 장르의 미술 양식들과 혼합되면서 판화의 외연이 확대되고 가능성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사실 이런 변화의 흐름은 십년이 훨씬 지난듯 하다. 그런데 내가 갖고 있던 판화에 대한 고정된 관념이 이런 변화들, 가능성들을 알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찍을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다.

판화작품이다 -  최미아, '구조장비', 레이저커팅, 스테인리스스틸, 30x0.5x240㎝ 31점, 1999년

▲ 최미아, '구조장비', 레이저커팅, 스테인리스스틸, 30x0.5x240㎝ 31점, 1999년

전시회를 돌아보면 판화를 통해서 재현, 또는 만들어진 세계가 그려진(painting) 세계에 비교해서 떨지지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김환기가 만들어낸 회화의 세계를 판화 작품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형식을 통해 같은 내용을 표현한다. 그런데 내용의 동일성은 동시대의 사는 작가의 유사한 문제의식에서 나온다.

전시회에서 판화를 찍는 방식에 paper casting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직업적 무의식이 casting이란 단어에 눈이 가 기억하도록 했다. 물론 방송은 아니다. 종이를 믹서에 갈아 물기를 뺀 후 그것으로 모형을 떠내는 방식이다. 이 기법을 이용하여 아래 사진같은 작품을 만든다. (아래 작품은 전시와는 무관하게 paper casting을 검색한 결과이다.)

Kim Kyung Sun, Hopeful, 2005, Paper casting, 30 x 30 cm (each)Kim Kyung Sun, Hopeful, 2005, Paper casting, 30 x 30 cm (each)

▲ Kim Kyung Sun, Hopeful, 2005, Paper casting, 30 x 30 cm (each)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적) 예술이 각 기법들을 (자본주의적 노동) 분업하듯 잘게 쪼게어 왔다면 이제 한계에 부딪쳐 다시 벽을 허물고 합치기 시작하는 것은 아닌가? 예술 뿐만이 아닌 전 산업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분업의 극단은 분업화된 개별 노동을 사회적 노동으로 전화시킨다. 극단적 경쟁은 쪼게진 회사들과 산업을 뭉쳐 더욱 사회적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예술에서는 이런 것들이 어떻게 표출될까?

시대정신은 한 시대를 풍미할지는 모르지만 그 역시 유한한 것이다. 또 다시 시간이 지나면 그 시대 안에 다양한 생각과 행위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에 눈을 감고 살 모르는 체 하면서 살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시대정신은 그 시대의 객관성/진실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틀(probl matique)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만들고 세계에 대한 이해를 풍요롭게 한다.

찍는다, PRINT란 단어의 용례의 변화를 생각해 보자. 사진을 찍어 인화한다에서 프린트(출력)한다. 문서를 인쇄한다에서 문서를 프린트(출력)한다로 바뀌었다. 디지털화의 결과이다. 붓의 터치를 중심으로 한 PAINT보다 판화(PRINT)가 더 디지털쪽에 가깝다. 그림에서의 원본의 유일성과 판화에서의 다수의 복제가능성이라는 특성을 살펴보아도 그렇다. PAINT보다 PRINT를 디지털화 하는 것이 더 쉽다.

요즘은 건물의 벽체를 찍어내고, 골격(프레임)을 찍어 내거나 사출(출력)하여 조립한다. 제조업에서 시작한 모듈화가 건설에도 적용된다. 그리고 IT에도 적용된다. 필요한 모듈을 찍어 모아놓고 레고 조립하듯이 갖다 맞추는 CBD(Component Based Development)와 같은 개발방법론이 그것이다. 판화의 세계에서도 여러가지의 방식으로 찍어 내어 모듈화한 후 이것을 조립한다. 어떤 예술보다도 융합(convergence)이 용이하다. 예술이 산업을 이끌기도 하지만 산업/기술이 예술을 이끌기도 한다. 현재가 그런 때이다.

연꽃 - 내용 나눔 그림막대

류연복의 진경산수 판화
'민중화가'들의 2000년대 모습 (1)

민중작가들의 벽화, 걸개그림 모음 - 기획 창작 공간 산방
http://www.outsideart.net/archives/cat_cat35.html
http://www.outsideart.net/archives/cat_cat33.html

Paper Casting 만드는 법

부산에서 국제판화제도 열리네요

2008/01/29 23:00 2008/01/29 23:00
http://dckorea.co.kr/tc/trackback/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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