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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의 정치경제학
activity, (2007/08/31 22:20)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미래
 
 
4.융합의 정치경제학
 
 

앞서 통신산업이 방송과 융합하기 위한 논리로 첫째 고객욕구와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통신기술의 발전과 이를 이용한 정보격차의 해소, 둘째 국가경쟁력 강화, 더 나아가 세계적인 통신사와 방송사의 결합, 초국적화와 거대화에 대한 국내 통신산업의 대응을 제시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경제적 이해를 가리고 명분 획득을 위한 것이다. 왜냐하면 먼저 현재 수준에서 IPTV나 디지털 케이블TV 서비스 사이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가 2006 12월 실시된 IPTV 시범사업 이용자의 이용행태를 분석한 것에 따르면 IPTV 시범사업에 참여한 이용자 중 디지털 케이블TV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이용자들(64)은 대부분 두 매체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이용요금이 1만원∼12000원으로 동일하다면디지털 케이블TV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51.8%,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아무거나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21.9%로 나타나 디지털케이블TV를 선호하는 응답자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IPTV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18.8%에 불과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통신사가 제시하는 고객욕구는 디지털 케이블로도 충족된다. 보고서가 지적하듯이 IPTV는 새로운 매체로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 케이블TV와 차별화를 위해 고객맞춤, 고객참여 등의 신규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도 정확히는적절한 가격에 선택 사용”**해야 하는 것이며, 더욱이 정보격차, 난시청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유료화 된 IPTV서비스가 연령별 격차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인정해도 장기적으로 가장 큰 문제인 소득별 정보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 그리고 IPTV에 의해 양방향화 된 방송에서의 배제는 고도로 정보화된 사회에서 구성원에게 정보 획득, 나아가 직접적인 행위, 시청자로서의 정치적•사회적 문제에 대한 참여 등에서의 배제를 초래할 수 있어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방송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 난시청의 문제도 해당 가정이 위성방송 가입비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차원에서의 논의도 공적영역인 방송을 산업화하여경쟁심화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통신사업’***을 부양하겠다는 생각이 깔려있다고 판단된다. 공익성 위주의칸막이 규제 철폐와 방송의 산업화 주장은방송이 경제현상과는 다른 문화현상이 복합된 영역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고, 즉 보편적 서비스 또는 방송의 공적 책임 등에 여과장치 없이 막바로 시장론적 사고를 도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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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정체된 통신서비스 시장*****

 

통신과 방송의 융합산업에 대한 통신사의 경제적 이해를 살펴보면 융합이 추진되는 핵심배경에 통신산업의 수익저하가 숨겨져 있다. 정보통신부와 민간연구소 등에서 나온 자료를 살펴보면 통신산업은 시장포화상태로 성장률은 둔화되어 가는데 가입자 유치를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방향은 새로운 통•방 융합서비스 시장을 만들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을 완화하고 독점적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융합추진의 배경에는 기술적 이유보다 훨씬 강한 이러한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다. 따라서 통신•방송 융합을 바라볼 때 통신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채워주기 위해 공적인 영역을 사영화 해주는 것은 아닌가하고 되물어야 하며, 새로운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방송의 공적 기반을 확장하면서 책무를 다하게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융합의 결과는 앞서 통신사가 말한적절한 가격이 무료인 지상파 방송, 특히 5,000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게 잡혀있는 현재의 케이블방송이, 최소 10,000원 이상이 될 것이다. 이부분에서는 디지털 케이블TV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방송을 포함한 제한된 콘텐츠 이용료만을 계산한 것이며 필수적으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초고속통신망을 추가로 이용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앞서 말한 정보격차가 융합환경에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렇다면지상파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노인들이 보는 매체라는 인식은 지상파 방송이 현재의 케이블TV과 같이 통신망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에는 잘못된 말이 될 수도 있다.

 

케이블 중심으로 방송이 제공되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한국은 TV를 시청하는데 국민•시청자들이 돈을 거의 안 쓴다. 왜냐하면 방송 자체가 공적영역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공적인 방송서비스를 통해 국민들이 계량화되지 않는 형태로 얻는 이득은 광고를 중심으로 유지되는 방송산업 전체의 매출보다 훨씬 더 클 것이며, 이런 한 이를 벽에 가두고 사업화하여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walled garden)을 만들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이런 까닭에 ‘규제기관이 시장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과 달리 새로운 환경에서도 공적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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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융합의 의미: 거대통신기업도 한순간에 죽을 수 있다********

 

사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있어 가장 큰 직접적인 갈등은 방송사와 통신사 사이가 아닌 통신사와 케이블 방송사(SO) 사이에서 발생한다. 두 사업자 사이에서 융합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질 가치(value)가 어떻게 배분될 것인가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미 케이블 사업자들은 초고속통신서비스 제공을 통해 통신사업에 뛰어들었고, 언제든지 인터넷전화서비스(VoIP)를 제공하면서 TPS사업자가 될 수 있다. 또 통신사업자는 IPTV 등의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면 TPS사업자가 될 수 있다. TPS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왜 중요한가는 <그림 6>을 보면 알 수 있다. 새로운 융합서비스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림 6>의 조사는 새로운 융합서비스가 제공된다면 가계의 59%, 사업자의 53%가 서비스 제공자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융합은 특정산업 내에서의 제한적 경쟁을 전 산업으로 확대하며, 이것은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경쟁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게 만든다.

 

KT 2006 IPTV 시범사업 후 발표에서시범 서비스 이용자 평균 77%가 지상파, 케이블 TV 위성방송과 차별성을 느꼈다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주장하지만 국민들은 다른 서비스로 느끼고 있다”*********고 주장할 때, 방송위원회의 앞서 살펴본 보고서에서는 IPTV 전문가 59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인터뷰에서는 응답자의 75%(41) IPTV의 도입에 찬성하고, IPTV를 디지털케이블TV와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KT의 발표는 통신산업이 의도적으로 케이블TV가 아닌 디지털 케이블TV IPTV가 이용자에게 동일한 서비스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감추려하는 것을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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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갈등의 원인: 융합의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방송과 통신의 갈등의 시작은 방송 없이 통신만이 사용하던 서비스인 통신사의 초고속통신서비스와 통신 없이 방송만이 사용하던 서비스인 케이블 방송망가 만나는 지점, 즉 융합환경에서는동일서비스가 된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전국적 규모의 거대자본인 통신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지역으로 서비스 권역이 나뉘어져 있는 케이블TV 사업자에게 거대 통신사와 서로 협조하면서 공존하라는 상생의 논리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신업계 실무자들은 IPTV 사업자에게 과도한 규제를 해서는 안 되며, 이미 통신사업에까지 손을 뻗친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막상 통신업체가 방송계에 진출하려고 하자 온갖 공공성의 논리를 만들어내면서밥그릇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케이블사업자의 통신사업 진출과 향후 TPS까지 확대하여 거대 통신 공룡을 저가경쟁으로 끌어들일 위험성의 존재한다는 점 등을 생각할 때 이러한 지적이 모두 틀렸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하지만 정보화가 더욱 심화된 통•방 융합환경,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국민들의 모든 일상적 삶이 아무런 규제 없이 단순한 시장 경쟁논리에 의해 한두 개의 거대 통신자본에 귀속되는 것에는 반대한다. 왜냐하면 융합된 사회에서 콘텐츠 유통 기반을 소수의 거대자본이 장악할 경우 케이블TV 산업의 붕괴뿐만이 아닌 2차적으로는 지상파 등의 방송산업의 붕괴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walled garden)형태, 폐쇄형태의 융합환경에서는 정보화의 심화에 따른 국민경제의 고른 발전보다는 가치사슬(value chain)의 왜곡과 정보격차 및 소득격차의 심화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융합의 결과로 네트워크 기반 융합서비스 사업자들은 방송•영상물(문화 콘텐츠 산업)을 끌어들임으로서 <그림 7>에서 보듯이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 증대하면서 기존 고객 유지 및 신규 고객 획득을 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런데 네트워크 기반 사업자들에게는 이런 기회가 보장되지만 콘텐츠 제작자에게도 이런 시장 확대의 결과가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 이와 유사한 예를 2000년대 이후 음악 산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의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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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신문, “같은 값이면 디지털케이블TV 본다”(2007.3.6)을 볼 것
** 유관희, 같은 책, p.22

*** 디지털타임즈, “신년 특별대담­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2006.1.3)
**** 유재천,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열며」, 『디지털 컨버전스』(커뮤니케이션북스, 2005), pp.8~9를 참고

***** LG경제연구원, 「2006년 산업의 기회와 위협」(2005.10.11), p.10을 볼 것
****** 디지털타임즈, “신년 특별대담­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2006.1.3)을 보면 “최근, 통신시장은 경쟁심화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어 통신사업의 양수ㆍ합병(M&A) 가능성이 있으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자간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정통부는 통신사업의 M&A관련 규제를 완화하여 기간통신사업의 원활한 양수ㆍ합병을 도모토록 할 예정이다.”고 말하고 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인터넷의 새로운 선물, IPTV⑤: 통신업체 실무자들의 호소­이해관계 사로잡힌 IPTV, 일단 시작이라도 합시다” (2005.11.18)을 볼 것

******** ISKRATEL, 같은 자료
********* 아이뉴스24, 같은 기사(2007.1.25)를 볼 것
********** ISKRATEL, 같은 자료
*********** 데일리서프라이즈, 같은 기사(2005.11.18)를 볼 것

 

이글은 미간행 에세이 <미디어2.0>의 내용의 일부를 정리한 것으로 <정보처리학회지>(2007.5, 제14권 제3호)에 실린 글이다.
2007/08/31 22:20 2007/08/3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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