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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2.0 - 새로운 공간과 시간의 가능성],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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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야민 -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 대한 (들뢰즈식) 주석에서 이야기한 레닌과 관련된 글들이다.




        서울역에서 종로까지

          - 서울풍경 1


    일주일에 한번씩 기차에서 내려 서울역에

    서면 현기증이 먼저 그 다음은

    구역질이 났다 기차는 대전을 출발해

    조치원, 천안, 평택, 수원, 영등포, 그 다음

    한강을 건너 서울역에 오고 사람들이

    참새 떼같이 떠들면서 몰려 내렸다 소리로

    날카로운 바람을 만드는 버스는 뒤에 검은

    연기를 달고 머리 위 고가 밑을 달리고 나는

    종로 3가에 어느 건물 안에 앉아 밖을 보며

    콜라에 햄버거를 먹는다 앰프에 노래 소리 들리고

    피켓팅에 가두행진이 있어도 나는 가만히

    앉아 있다 가슴은 뛰지만 나는 가만히 앉아

    있다 짱돌이라도 날라와 커다란 유리를 깨고

    내 머리통을 치기를 바라면서 나는 가만히 앉아

    있다 생각도 있으리라 하지만

    과거는 과거로 놓자 시간은 항상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있고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

    역사가 뒤걸음친다 해도 시간은 미래로만

    흐르리라 그것을 아는 내가 무엇을 어쩌란

    말이냐 나의 속에 과거가 살아 꿈틀거린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난 이미 현재 위에 서 있다

    피켓팅이 있고 운동가도 있고 사람도 있지만

    바리케이트가 없고 적들이 없고 구경꾼도

    없다 지금은 침체기다 ‘핵심을 보존해 퇴각하라’

    레닌도 생각을 못했으리라 핵심도 없다면 아니

    모두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면

    누가 퇴각할 수 있을까?

     


    ---------------------


        희망의 나이


    오늘 시내에 나갔다 여기 저기

    둘러보다 한 구석에 꽂혀있는

    시집을 보았다 김남주가 있고 박노해가

    있었다 백무산이 있고 김정환이 있었다 이 모두를

    갖고 싶지만 돈이 오천원 밖에 없다 혁명,

    동지, 노동자를 향한 외침은 돈에 팔려

    나간다 그래도 경쟁에 직면한 조잡한

    소비에트의 생필품처럼 이곳에서도 상품성이

    떨어지나보다 음모하듯 음침한 구석에 이들만

    몰려 있는 것을 보면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저것들을

    굶주린 소비에트의 인민처럼 아귀처럼 먹던 때가

    있었다 김정환의 「희망의 나이」를 샀다 목 매단

    다섯명의 레닌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시집을 팔아

    집이라도 장만하려나 목 매단 역사를 보면서

    희망을 간직한 채 있는 그도 참 대단하다 그를

    한번 흉내내 본다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 하지만 엄연히 우리는 패배했다 아니

    지금이 시작인가 단돈 삼천원으로 혁명을 사려는

    내가 우습다 그도 그렇다 단돈 삼천원에

    희망을 팔지는 않을 것이다 내 나이는 그보다

    젊다 나는 그보다 가능성이 더 많을 것이다


    - ‘희망의 나이’ 김정환의 시집 (1992.11, 창비)



     

    ---------------------


      최종심급

     


    • • • • • • 전략 • • • • • •


    우리가 알았던 것은

    온다던 약속된 시간

    우리가 안 것은

    기다림과 지루한 고독

    우리가 알 것은

    날개를 접기 시작하는 의지의 시간

    몰랐던 것을 몰랐다 말하는

    부끄러운 고백의 시간이 왔다

    진린 누가 지고 나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 뚫고 나가는 것이라고 말하자


    이성의 간지!

    그래 우린 더러운 신앙의 시대에 살았다

    가누지 못할만큼 무거운 짐들에

    우리 다리는 휘청이면서

    주여 어디에 계시나이까?

    그런 신념의 교조의 뼈다귀를 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고 힘겹게 걷던

    어둠의 나날들이 있었다


    우리가 아는 필연의 세계에서도

    우린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란 좌절의 자유일 뿐

    아니면 우린 필연의 세계를

    정말 알지 못했다

    자유란 무지의 자유일 뿐

    우린 가쁜 숨에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키며 버리지 못하는

    아쉬움과 주저하고 우물거리는

    회의의 거리를  쏴다닌다

     


    • • • • • • 중략 • • • • • •

    우린 다시 귀를 막고 고함을 친다

    이제 가난에 찌든 의진

    서푼짜리 관직과 바꾸고

    등 따습고 배 부른 자들의 침묵의 시간이 왔다

    바로 그 시간이 왔다

    우리의 신념이 우리의 의지가

    이 땅엔 절대로 절대로 오지 않는다던

    오지 못한다던 그 시간이 왔다

    고립감에 모두가 고독에 잠기는 시간

    고독을 잊기 위해 무언가에 몰두하는 시간

    술에 마약에 담배에

    자위에 계집질에 사내질에

    그리고 강요된 노동에

    어쩔 수 없는 연구에 잠겨

    허우적거릴 시간이 왔다

    신한국의 건설과 선진조국 창조의 시간

    모든 것의 초점이 그것에 집중하는 시간

    헛눈 팔면 짖터지리라 위협하며

    시작되는 생산의 정치의 시간

    강요된 과학의 시간

    최종심급에서 경제결정의 시간이 왔다

     


    • • • • • • 후략 • • • • • •


    ---------------------



    1993.3월 졸업을 했다. 92년 말부터는 '백수'였다는 이야기다. 졸업 후 몇 달간 대전과 서울을 오갔다. 대학원엘 갈 요량으로 대학 1학년 교양영어 이후 한번도 안봤던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하며. 종로 3가, 하디스에 앉아 콜라와 햄버거를 먹으며 받침에 깔린 종이에 썼던 '넋두리'이다. 


    희망의 나이를 서점은 대전 역전통에 있는 대훈서적이었다. 그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함께 다녔던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인영이던가. 대훈서적 2층인가 시집 코너, 전시 좌판 아래 책꽂이에서 출판된지 얼마안된 김정환의 시집을 샀다. 서울로 오가는 시간은 길었고, 그 시간마다 시집을 잃은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나를 대학에, 철학과에 가도록 했던 그 글들. 그해 7월인가, 군에 입대했다. 입대하기 전 삼사개월 간 썼던 글들을 묶어 〖최종심급〗이란 제목을 달아 몇몇 친구와 선배들에게 보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가 비에라 선생을 떠올리듯이, 나는 어떤 순간마다 대학 때 읽어던 레닌의 글을 떠올리고, 되뇌인다. 비에라는 꿈일 뿐이고 슈트레제만보다 못할 수 있지만 말이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레닌은 핵심역량을 보존하며 퇴각을 고민하고 실행했다." 이런 내용을 쓰며, 다시 레닌을 생각한다. '내 나이는 그보다 젊다 나는 그보다 가능성이 더 많을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젠 죽음을 맞이했던 1924.1월의 그와 비슷한 나이가 되고 말았다. 이젠 그 보다 오래 살 것이란 것에 걸어보자! 살아있는 한 여전히 희망은 유효한 것이다라고 .... 


    오늘 아침 아이는 2학년을 시작하기 위해 홍콩으로 갔다. 우리의 대학시절처럼 홍콩은 울렁대고. 아내와 나는 아이를 걱정한다. 아내에게 우리도 그런 대학시절을 보냈지만 이렇게 살고있으니 걱정말라 이야기를 했다. 그 시절과 함께 한 '어떤' 친구들, '최악의 상황'이 마음 한구석에 있다는 걸 알지만 말이다. 희망은 불안의 쌍둥이 형제이다.


     ㅇ http://dckorea.co.kr/tc/search/상경기


     

    2019/08/29 08:33 2019/08/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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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 - 칼의 노래

    김훈 - 칼의 노래

    어제 신문을 보다가 <칼의 노래>가 100만권이 넘게 팔렸다는 광고를 보았다. 그러면서 <칼의 노래>에 대하여 김훈씨가 쓴 글이 옆에 실려있었다. 이 세계가 인간에게 가하는 모멸과 치욕, 이 세계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서 밥을 먹고 숨을 쉰다는 것은 이가 갈리는 일이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무쇠 똥

    슬퍼도 하지 않겠다

    후회도 하지 않겠다
    절망도 하지 않겠다
    좌절도 하지 않겠다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당신이 죽어 묻히고 나서도
    나는 살아서 밥알을 꿀꺽였다
    "당신이 없다면 나는 죽을 테요"
    비장스러운 말을 당신에게 했었다
    당신이 죽었을 때
    나는 두 눈을 꼭 감았었다
    마지막 당신을 잊지 못해
    나만은 평생 울 것 같았다
    들판 흐드러진 풀꽃도 하늘도 잊고
    날아오르는 새도 잊고 당신도 잊고
    평생 눈물 속에서 살다 장대같은 8월
    뜨거운 장마비에 죽을 것만 같았다
    당신은 죽었고 나는 살았다
    맹세를 잊지못한 나는 밥알을 꿀꺽인다
    밥알은 무쇠가루같다
    나의 피와 살덩이도 무쇠같다
    당신에 대한 나의 기억도 무쇠같다
    아침에 누는 똥도 매일 무쇠같다
    당신이 죽어 묻히고 나서도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살아서 거친 밥알을 꿀꺽인다
    슬픔과 좌절도 당신과 함께 이젠 무쇠같다

                                     1993. 3~6

    93년 군에 입대하기 전에 쓴 <최종심급>에 있는 글이다. 비루한 삶이다. 아직도 여전히 밥 숟갈을 떠 입에게 쑤셔넣고 있으니. 가짜 희망에 기대지 않고 희망 없는 세계를 희망없이 돌파하는 의연함이 지금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땐 아무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가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이런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갑자기 어금니에 힘이 꽉 들어간다. 삶이 부끄러운 것이다.
     
    아마도 모멸과 치욕은 이순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 그들과 같이 웃고 밥을 떠 넘기는 우리 - 김훈 자신을 보면서 드는 감정일 것이다. 또 비틀어 보면 이런 모멸과 치욕 속에서도 살아가는 우리 삶을 위대성과 비겁함에 경외감마저 들 때도 있다. 삶 자체가 모순적인 것일까?

    그런데 이 세계가 이유없이 모멸과 치욕을 인간에게 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또는 만들어 낸) 도덕적 감성이 모멸과 치욕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세계는 아무런 '의지' 없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감정들을 보면 니체는 아마 노예의 도덕/윤리라고 했을 것이다. 삶(인간)을 초극하려면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연꽃 - 내용 나눔 그림막대

    이 글을 쓸 때의 마음은 그들은 인생의 변곡점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최종심급』- 희망의 나이와 상경기를 보면 도움이 될까? 거의 비슷한 때이다. <칼의 노래>가 200만권이 팔려도 아마 이 책을 읽지않을 것이다. 나는 소설을 잘 읽지않는다.
    2008/01/02 22:01 2008/01/0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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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전 오늘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하면서 묶어놨던 시집을 뒤적이다 제대 후 처음 직장엘 다니면서 일주일에 시집 한권씩을 읽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감정이 울컥대며 절창은 아니지만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끄적대던 때가 있었다. 한 10년은 그랬던 것 같다. 이젠 시집을 자주 읽지않는다. 삶의 강요인지 나의 선택인지.. 둘 다인 것 같다.
     
    93년 6월 입대 전 처음 묶은 시집에는 다른 시인의 시집에 대한 두편의 시가 있다. 『희망의 나이』는 대전에 있는 대훈서적에서 93년 5월정도에 샀다. 내동에 있는 고향집에서 창을 열어두고 읽었을 것이다.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그러던 어느 날 썼을텐데 ...

              희망의 나이 - 8점
    김정환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희망의 나이

    오늘 시내에 나갔다 여기 저기
    둘러보다 한 구석에 꽂혀있는
    시집을 보았다 김남주가 있고 박노해가
    있었다 백무산이 있고 김정환이 있었다 이 모두를
    갖고 싶지만 돈이 오천원 밖에 없다 혁명,
    동지, 노동자를 향한 외침은 돈에 팔려
    나간다 그래도 경쟁에 직면한 조잡한
    소비에트의 생필품처럼 이곳에서도 상품성이
    떨어지나보다 음모하듯 음침한 구석에 이들만
    몰려 있는 것을 보면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저것들을
    굶주린 소비에트의 인민처럼 아귀처럼 먹던 때가
    있었다 김정환의 『희망의 나이』를 샀다 목 매단
    다섯명의 레닌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시집을 팔아
    집이라도 장만하려나 목 매단 역사를 보면서
    희망을 간직한 채 있는 그도 참 대단하다 그를
    한번 흉내내 본다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 하지만 엄연히 우리는 패배했다 아니
    지금이 시작인가 단돈 삼천원으로 희망을 사려는
    내가 우습다 그도 그렇다 단돈 삼천원에
    희망을 팔지는 않을 것이다 내 나이는 그보다
    젊다 나는 그보다 가능성이 더 많을 것이다

                                                       1993.

    양성우 - 겨울공화국

               서울풍경4
                 上京記

    나는 총도 없이 빈 손으로 왔다
    어둠 속에 빛나는 서울의 거리
    유령처럼 흐느적 거리며
    사람들은 이리 저리로 몰려다니고
    미친 놈처럼 웃다가 우는
    뒤틀린 감정만이 가득 찼다

    기차는 어둠 속을 멈춤없이 달렸고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빈 손으로 내렸다
    모든 무기를 가져야 한다던 우리가
    손가락질만 하면서 서 있는 사람들
    불심검문에 열중하는 사복 경찰들
    서슬 시퍼런 눈빛 속을 헤메인다

    비 속을 헤메인다 축축하게 젖은
    대기 속을 헤메인다 꿈 같은 과거와
    환상같은 미래 속을 헤메인다
    모든 것이 안타깝게만 느껴지고
    뒤돌아 설 때마다 성벽도 없이
    우둑허니 서 있는 남대문이 보였다

    하늘엔 십자가와 광고탑들이
    현란하게 하느님의 나라 신한국을 외치고
    천사의 축복과 개혁의 주술을 내뿜을 때
    나는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렸다
    거리 거리에 새겨져 있는 함성처럼
    물결치는 깃발같은 마음을 가졌지만
    나는 총도 없이 빈 손으로 서울에 왔다.

                                             1993.

    '나는 총도 없이 빈손으로 왔다'는 양성우의 『겨울공화국』 중 「上京記」에 나온다.
    나는 1993년 9월 7일 입대 전까지 매주 한번씩 대전에서 서울로 갔었다.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 가려고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지금 다시 양성우의 상경기를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겨울공화국의 양성우는 절창이다. 『북치는 앉은뱅이』라는 시집도 좋다. 시인으로서의 양성우와 한때 정치인으로 있던 양성우는 사뭇 다른다. 모두 자기에게 맞는 자리가 있는 것이다.

    1993년은 김영삼 정권이 시작하던 때이다. '신한국', '개혁'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똑같은 레토릭이 횡횡한다.

    93년 군대에 가기 전 내가 생각했던 '감정의 파도가 폭풍처럼 몰아치는 혁명과 같던 시'는 군대에서 95년 말에 쓴 시에서는 "삶이 참지못해 내뱁는 틀에 박힌 비명"이 되어있었다. (『더딘 봄 - 장탄리 안개』, 「사은회에서 - 철학」, 1995.12.8을 볼 것)
    2007/10/14 18:58 2007/10/1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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